『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끝내 말하지 못한 이별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할 수 없었던 이별, 끝나지 않은 기억에 대해 말하는 조용한 문학입니다. 

진심이 담긴 독후감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끝내 말하지 못한 ‘작별’

책장을 덮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그런 책입니다. 

 조용하지만 무겁고,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이야기.

이 소설을 읽으며 제가 마주한 것은 단지 하나의 실종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 부재를 감당하고, 끝내 작별하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정이 아닌, 존재를 기억하는 문학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작가가 실종자를 단순히 ‘불쌍한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선은 복잡한 내면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사회운동가이고, 진실을 말하려 했던 기자이고, 고통을 안고 살던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인선을 기억하는 경하 역시 단지 ‘남겨진 사람’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 존재의 고통과 흔적까지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복원하려는 시도.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일은 바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다는 건, 결국 내 안에 묻어두었던 무언가를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단지 세월호를 다룬 소설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협소합니다. 

이건 실종된 누군가가 아니라, “기억을 거부당한 모든 존재”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저는 몇 년 전 떠난 친구를,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날 말하지 못한 감정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정말 작별했는가?” 그 물음은 책 속 주인공이 아니라 제게도 향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군가와 작별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혹은 아직 작별하지 못한 사람. 그런 당신이라면, 이 책은 분명 말없이 당신의 마음을 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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